대상 수상자 천민준씨

심사평

심상용 | 심사위원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이번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공모는 그 대상자의 범위가 넘어졌습니다. 1회 때와는 달리 지적 장애도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심사과정 또한 1회 때와 조금 다른 점들을 감안하여 진행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출품작 자체에 주의를 기울였지만, 해당 작가의 활동 이력과 포트폴리오, 장애의 성격 등도 검토했습니다. 이렇게 해야 했던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근래에 장애 예술에 대한 관심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빠르게 표현의 도식화, 패턴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식화(圖式化)는 사물의 구조, 관계, 변화 상태에 대한 작가만의 고유한 직관적 접근을 가로막고, 창조적 태도를 일정한 형식적 틀에 대한 기계적인 반복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술 창작자는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덫입니다. 심사위원들의 동의에 따라 열 세명의 수상자를 가려내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점이 신중하게 고려되었습니다. 

표현은 그 사람의 본 모습이 반영될 때 가장 아름답고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작가가 다른 누구보다 자신과 가장 많이 만나고,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이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신비함 안에서 그런 시간이 선물한 보다 내밀한 경험치와 마주하리라는 기대감이 아르 브뤼 공모에 출품된 작품들 앞에서 들곤 하는 것입니다. 

대상 수상작인 천민준의 작품들은 “나는 바다 속 물고기, 숲속 곤충, 꽃 위에 나비, 날개짓 하는 새 등 동물을 그릴 때 참 좋습니다”라는 그의 말을 마치 면전에서 들려주는 것 같은 친밀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최우수상 수상작가인 장서연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것보다 색상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가 구현하는 색은 모든 출품작들 중에서 가장 독특합니다. 톤의 변화가 우아하고 조화롭습니다. 

우수상을 수상한 김한별은 드물게 추상화의 형식을 취합니다. 그가 밤하늘의 별과 우주, 성운을 주로 그린다고 하니, 통상적 의미의 추상과는 조금 다르지만, 화면 구성, 특히 터치에서는 열정과 깊은 몰입이 느껴집니다. 

이 밖에도 10명의 장려상 수상자, 그리고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특별히 그림을 사랑하는 가족의 일원인 출품자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은 반드시 여러분 모두의 빠짐 없는 모습들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최은주 | 심사위원, 서울시립미술관장 

제2회 국민일보 아르르뷔미술상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을 살펴본 심사위원들의 의견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여러 출품자의 작품 수준이 이미 장애예술의 수준을 넘어서서 각자의 예술세계를 이룬 반열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정물이나 풍경 같은 사생의 단계에서 벗어나 점이나 선, 형태 등에 천착하고 나아가서는 추상표현주의적인 필획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최근에 장애예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몇몇 작가는 이미 기성화하여 예술적 표현력과 행위의 기쁨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참신한 작가의 발굴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적 체계를 마련하고 또한 발굴된 작가가 진정한 예술적 성취를 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유화수 | 심사위원, 시각예술가 겸 장애예술활동가

먼저 대상 수상작인 천민준의 <북극의 예술가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제도권 미술교육을 통해 터득한 기법이나 기량과는 다른,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더불어 작품의 완성도와 밀도 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은 신경다양성이라고 칭하는 이른바 발달장애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다. 2회 공모부터 (대다수의 발달장애 범주에 속하는) 지적장애를 포함하여 정신장애까지 확장된 점은 작품 표현의 기법, 기량 그리고 접근방식이 상이한 이유로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꽤 어려운 부분이었음을 밝힌다.

1심을 통과한 13점의 수상작은 대부분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그림이었고 작가의 활동 이력과 과거의 포트폴리오 그리고 장애의 정도까지 면밀히 살펴보는 과정을 가졌다. 기존의 작품심사에서 인적 사항을 되도록 드러내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었으나 공모의 특성상 이런 과정이 필요했다고 본다. 이에 반면 수상자(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3인은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직관적으로 심사위원들이 일치하는 작가들로 선정되었다.

장애인 작가의 출품작을 보면 그 그림 너머로 특정 관념(편견을 포함)들이 동시에 작동한다. 예를 들어 장애 유형에 따라 작품에 임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유추해 본다던가 비장애인과는 다른 감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도 한다. 때로는 부모를 포함한 활동 보조인과 같은 조력자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노동까지 작품을 통해 전해지기도 하는 등 작품이 곧 작가의 일상, 일부일 것이라는 믿음을 동반한다.

이런 이유로 심사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하였으며 최근 발달장애인의 전시를 통해 보여지는 특정 패턴과 조력자의 입김과 조율이 감지되는 작품들을 지양하였다.

무엇보다 출품작과 참고작(포트폴리오 포함)을 통해 향후 작업이 기대되는 작품들과 미술교육을 받아온 비장애인 작가의 작품에서 보기 힘든, 즉 본인 스스로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기법과 기량으로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의 감각과 정서를 통해 자율적인 창작활동을 하는가가 이번 공모의 심사 기준이 되었다.

제2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작

대상

천민준

최우수상

장서연

우수상

김한별

장려상

박성호

장려상

박찬흠

장려상

신의현

장려상

양현집

장려상

윤미애

장려상

이대호

장려상

이재민

장려상

정의원

장려상

차동엽

장려상

한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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